"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면 어떡합니까!"
"과학장비 뭐 가져왔어? 특검, 얘기해봐!"
불신은 꼬리를 물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투표지 247만여 장의 검증에 나선 28일 종일 진땀을 뺐다. 현장에서는 검증 주체부터 촬영 방식, 영상 보관, 투표지 상자의 봉인 상태까지 참관인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지방선거 147일 만에 마련된 공개 검증 현장은 끝없는 의심과 불신이 맞붙은 씨름장이기도 했다.
"촬영 못 하면 이거 무효야!"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은 시위대와 유튜버, 검증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근조화환 수십 개와 시위 천막이 늘어선 가운데 북소리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가 뒤섞였다. 경찰은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4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150명, 형사·수사 인력 300여 명을 배치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전 7시 40분쯤 "한 。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특검을 비롯한 특검팀 인력 110명은 오전 8시 28분쯤 경기장에 진입했다. 선관위 직원 약 500명과 여야 의원을 포함한 참관단 100여 명, 취재진 50여 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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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는 40개 계수부마다 계수기 4대씩 총 160대가 놓였다. 흰 고무장갑과 골무, 계산기, '유·무효 투표 예시' 안내문도 준비됐다. 위조 비표를 소지한 입장자가 적발돼 퇴거당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선관위 특검 현장 검증에 특검, 경찰, 선관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선관위 특검은 이날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 장과 현장 CCTV를 포함한 물품에 대해 임의검증을 실시한다. 뉴시스
이 특검은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잘 알고 있으며, 막중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발언 직후부터 현장 촬영 허용 여부를 놓고 충돌이 벌어지며 검증은 삐걱거렸다. 국회 측 참관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국민적 불신이 큰 사안에서 참관인의 촬영 전면 금지는 국민의 알권리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개별 촬영을 제한하려 했지만 반발이 거셌다.
특검팀이 "저희가 촬영하겠다"고 설명하자 "지우면 어떡할 거예요"라는 항의가 돌아왔다. "촬영 못 하면 이건 무효야", "이러다가 국민의힘 참관인들이 다 나가면 감당 가능하시겠어요?"라는 고성도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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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인들의 반발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야당 의원들이 "철수"를 언급하며 압박하자, 여당 의원들은 "선동하지 마라"고 맞섰다.
결국 특검팀은 방송사 카메라 2대의 녹화 촬영과 여야 지정인 각 1명의 이상 의심 투표지 촬영을 허용했다. 오전 11시 49분이 돼서야 이 특검은 검증 개시를 선언했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약 3시간 늦게 투표지 상자 이송과 봉인 확인이 가까스로 시작됐다.
"테이프 업체도 조사해야"
낮 12시 20분쯤 투표지 보관 상자를 실은 손수레가 경기장에 들어오자 참관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손수레를 따라다니며 상자를 촬영했다. 한 참관인이 상자의 흠집을 문제 삼자 특검 관계자는 "손대시면 안 돼요"라고 제지했다. 그러자 "도둑이 제 발 저리네. 봉인지가 다 떨어져 있잖아요!"라는 항의가 터졌다.
오후 1시 30분쯤에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한 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봉인 상태를 살핀 뒤 "테이프 업체부터 바꿔야 돼. 어느 업체인지 다 조사해야 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잇단 문제 제기에 더불어민주당 측 참관인은 "내용물 오염 여부가 중요하지 다 트집 잡으면 어떡하냐"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견을 기록한 뒤 봉인 상태 확인 절차를 이어갔다.
이날 검증은 경기장에 마련된 40개 계수부에서 투표지 247만여 장의 수량과 이상 여부를 한 장씩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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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별도 분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지원한 장비로 정밀 감정하고, 참관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투표지를 직접 만질 수는 없는 식이다. 이번 절차는 수사의 일환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재검표와는 다르다.
"특검도 못 믿나" 특검보 한탄
의심은 투표지 상자에만 머물지 않았다. 검증을 돕기 위해 투입된 선관위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종일 불신의 대상이 됐다. 현장에 입장하는 직원들을 향해 한 시위자는 "범죄자한테 범죄현장을 맡기면 어떡해"라고 외쳤다. 경기장 안에서는 "피의자 앉아!"라는 고성까지 나왔다. 참관인들은 A4 용지에 '피의자 선관위가 왜 투표지 계수하냐', '한두 번 속았나, 사기 수사 검증 OUT' 등의 문구를 적어 들고 사진을 찍었다.
경기장 밖 소란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선관위 구속", "생중계!"를 종일 외쳤다. 검증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에 시위대 규모는 약 1,8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올림픽공원에서 생활한다는 이종범(64)씨는 "특검 결과가 문제없다면 수긍하겠지만, 부정투표 의혹이 나온 만큼 제대로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일 현장에서 실랑이가 반복되자 이를 수습하던 한 특검보는 결국 한숨을 내쉬듯 물었다. "특검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짧은 답으로 맞받았다. "국민이 못 믿는다고요."
이 특검을 비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