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이오연료나 재생합성연료를 쓰는 배를 '녹색선박'으로 분류한다고 밝힌 가운데, 연료를 바꿨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나 환경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연료의 전과정 감축 효과나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검증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제로 환경적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는 15일 논평을 내고 이와 같이 주장하면서 해수부에 전과정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원료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검증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료만 바꾼다고 녹색선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녹색해운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해 9월 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내년 4월 1일 시행된다. 녹색해운항로는 저탄소·무탄소 연료나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항만 간 물류운송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운항을 지향하는 항로를 뜻한다.
이 제정안에는 녹색해운항로를 운항하는 녹색선박의 연료 구체화, 연료 공급이 가능한 환경친화적 항만 요건, 기본계획 수립, 녹색해운항로 지정·고시 등 법이 위임한 세부 기준과 절차가 담겼다. 다만 해수부 보도자료에는 녹색선박 연료에 어떤 연료가 포함되는지, 감축 효과를 어떻게 검증하는지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크는 시행규칙 제정안 제2조제4호가 바이오연료 또는 재생합성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선박을 녹색선박에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산업통상부와 함께 2026~2035년 제2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탄소저감 미래선박 연구개발, 신기술 상용화, 친환경 연료공급 인프라 확충, 친환경선박 보급, 녹색해운·조선 생태계 조성 등 5대 전략으로 2035년까지 민간·공공선박 889척의 전환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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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조선·기자재사의 친환경선박 설계와 기자재 실증을 집중 지원하고 조선과 해운 간 연계를 강화해 국내 건조를 촉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정도현 해수부 해사안전국장은 "녹색해운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은 해운 전 과정의 탈탄소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고, 김의중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은 "글로벌 친환경선박 시장을 선.하고 국내 조선 생태계의 새로운 일감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료 종류만으로 녹색선박 정할 수 없어"
아크는 15일 논평에서 제정안이 "연료의 종류만을 기준으로 녹색선박의 범위를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바이오연료와 재생합성연료가 화석연료보다 배출이 적거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바이오연료는 원료 생산 과정에서 산림이 파괴되거나 이탄지가 훼손되면 감축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배출량이 늘 수 있고, 재생합성연료도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와 원료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색선박의 인정 여부는 특정 연료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원료 생산부터 연료 사용까지 전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흐름도 근거로 들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경까지 순배출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채택하고 선박연료의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IMO가 추진하는 선박연료 온실가스 규제의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선박에서 실제로 쓰는 전체 에너지의 전과정 온실가스 집약도를 기준으로 단계적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FuelEU Maritime' 규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식량·사료 작물 기반 바이오연료와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바이오연료에는 배출량이 가장 높은 화석연료와 같은 배출계수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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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는 "연료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감축 효과와 생산 조건을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들은 미국 농무부(USDA)의 2026년 발표 자료를 인용해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에 쓰인 원료의 약 77%가 수입산이었고, 수입 원료 중 팜유계 비중은 약 93%, 전체 원료 중 팜유계 비중은 약 72%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아크는 정부가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상황에서 해운 부문까지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면 원료 확보 경쟁이 심해지고 팜유계 원료에 대한 의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원료 공급망의 환경·인권 위험을 검증하지 않은 채 바이오연료 선박에 녹색선박 지위를 주면 해외 생산지역의 환경·인권 문제를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가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연료가 산림 파괴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 등과 관계없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꾸준히 이어지는 바이오연료 친환경 논란
바이오연료가 곧 친환경은 아니라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8월 10일 보고서 '한국 바이오연료의 이면'에서 팜 원료가 산림 파괴 등 여러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2023~2025년 한국 기업이 팜 원료를 들여온 인도네시아 정제소 37곳 가운데 13곳이 분석 물량의 약 90%를 공급했고, 분석 물량의 90% 이상이 산림·이탄지 파괴, 토지권 분쟁, 법적 제재 등과 연관된 공급 그룹과 이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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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72%(76만 6000톤)가 팜 계열이며, 이는 혼합의무화제도(RFS)가 도입된 2015년의 약 4배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다만 당시 보고서는 해당 원료가 불법으로 생산됐다거나 국내 기업이 직접 피해를 일으켰다는 。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위험 신호를 걸러낼 제도가 없다는 。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팜 농장을 만들려고 숲이나 이탄지(식물 잔해가 쌓여 탄소를 대량으로 품고 있는 습지)를 없애면, 그 안에 갇혀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바이오연료를 쓰며 줄인 배출량을 상쇄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정책 브리프 '무엇을 섞는지 묻지 않는 제도'에서도 현행 RFS가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얼마나 섞었는지로 감축량을 계산할 뿐 원료의 생산·가공·운송과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배출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2026~2030년 바이오디젤의 순감축량이 원료별 낮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1122만 톤이지만, 높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경유를 그대로 쓸 때보다 1617만 톤을 더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두리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바이오디젤이라고 해서 모두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FS 혼합의무는 2015년 2.5%에서 올해 4%로 높아졌고, 정부는 2030년 최대 8%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편, 아크는 지난 13일 해수부에 시행규칙 제정안 제2조제4호의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녹색선박 인정 기준에 연료의 전과정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검증하는 요건을 두고, 선박이 실제로 쓰는 연료의 종류와 사용량을 반영해 감축 효과를 산정하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식량·사료 작물 기반 바이오연료와 산림 파괴, 이탄지 훼손, 토지이용변화 위험이 높은 원료로 만든 바이오연료는 인정 대상에서 빼고, 원료 공급망의 추적성 확보와 환경·인권 실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재생합성연료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사용과 탄소 원천, 전과정 배출량을 검증할 요건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넘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