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근로감독 이행 실태②] 부당해고 다툼 나선 SBS 보도국 VJ
근로감독 뒤 '2년까지만 일하라'…"새 계약서, 내겐 근로종료서였다"
동료 VJ들 9~20여년 근속, 무기계약…붙박이 상시·지속업무로 갱신기대권 쟁。
SBS 뉴스 촬영을 담당한 VJ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이후 '위장 프리랜서' 즉 노동자로 인정받고도 되레 2년 근무를 이유로 해고됐다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해당 VJ는 매일 방송사 핵심 업무매일 뉴스 제작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밝혀, 계약 갱신에 정당한 기대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갱신기대권'이 쟁。으로 떠올랐다. 노동부가 근로감독 이후 오히려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는 노동자 피해에 선제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현재(가명)씨는 2024년 5월부터 SBS 보도국에서 뉴스 촬영을 담당해왔다. 매일 서울 목동 SBS 사옥으로 출근해 취재기자와 함께 현장에 나가 취재·촬영을 했다. 강씨는 “다른 제작 프로그램보다 즉흥적이고 현장성이 넘치는 일이 좋았다. 시청자 반응이 바로 오는 것도 뿌듯했다”며 VJ란 직업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동료 VJ들과 담당 취재 부서로 나뉘어 일했다.
30대인 강씨는 “이제 정착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동료들과 같은 조건에서 쭉 일할 줄 알았다.” VJ들은 그와 같은 뉴스 VJ 시스템 아래 짧게는 9년부터 길게는 20여년 일해오고 있었다. 10여년차가 가장 많고, 2005년부터 20년 넘게 일해온 이도 있다. 모두 프리랜서 신분이었다. 그러다 강씨는 지난 2월 말, 회사로부터 '57일짜리 별정직' 근로계약서를 건네받았다. '2년째가 되는 날 나가라'는 통보였다. 강씨는 “설마 했는데, 57일짜리 계약서를 받고는 절망했다. 제게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근로 종료확인서였다”고 했다.
회사의 통보는 역설적으로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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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건이 공론화된 계기로 주요 방송사 시사·보도본부 '위장 프리랜서' 근로감독에 나섰다. 감독 결과, 지난 1월20일 SBS에선 PD와 VJ 등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강씨와 동료 뉴스 VJ들은 조사 대상에 들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회사로부터 근로자로 분류됐다고 한다. 회사는 강씨에게만 '2년 미만 일했으므로 2년까지 채우는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2년 이상 근무한 나머지 6명의 동료 VJ는 모두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그는 동료들과 같은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그와 회사의 면담 기록에 따르면, 회사 측은 '프리랜서로 계속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버리니 기간제법을 적용해 2년까지만 쓸 수 있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가 끝내 계약직 근로계약을 거부하자, “남은 기간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게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근로자로 인정됐는데 그래서 (계속 일해선) 안 된다는 말이 너무 충격'이라고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했다. 강씨는 지난 6월3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강씨 측은 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 기대권을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의 가장 핵심·필수 업무이자 상시·지속적 업무인 데일리 뉴스프로그램에서 매일 붙박이로 출근하며, 긴박한 현장 촬영을 수행해왔다는 .에서다. 이는 나머지 동료 VJ가 장기 근속해온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강씨의 자리는 새로 입사한 VJ가 채워, 비정규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VJ들이 영상기자들과 사실상 다름없이 일해왔다고 설명했다. 강씨에 따르면 VJ들도 영상기자들처럼 현장에 출동해 취재기자와 함께 영상을 촬영한다. 영상기자들은 ENG 카메라 장비도 사용하고 생중계를 한다는 .을 제외하고 업무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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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상기자들은 SBS 사옥 3층에서, VJ들은 취재기자들과 함께 5층에서 일했다. SBS는 보도 영상기자들은 자회사인 A&T로 분사해 고용하고 있다. 강씨는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인트라넷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필요한 A&T 영상기자들과 달리 VJ들은 곧바로 취재기자와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씨를 대리하는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는 “강씨 업무는 방송사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 뉴스프로그램 제작인 데다, 회사가 해고 직후 대체 인력까지 채용했다. VJ가 상시·지속 일자리라는 사정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회사가 고용 부담을 피하려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 노무사는 “SBS는 영상취재기자들과 사실상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추가 인력 채용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 VJ를 프리랜서로 뽑아왔다. 심지어 이들에게 사업자 등록증까지 가져오게 했다”며 “노동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간제법 취지와 판례에 역행하는 판단으로 사용자가 근로감독 결과를 악용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에선 노동부가 방송사에 무기계약직 전환을 지도한 '2년 이상 근무자'에 강씨가 속하는 。도 쟁.이 될 수 있다. 노동부는 올초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근로자로 인정된 직종은 근로계약 체결 시 2년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기존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일한 이들에 대해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하는데, 노동부는 2년 근무자까지 전환 대상으로 포함했다. 강씨는 2024년 5월28일부터 SBS가 계약만료일로 설정한 2026년 5월27일까지 계약기간을 꼭 2년 채웠다.
강씨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노동부 서기관에 지난 9월 전화해 '저는 정확히 2년 근무해 무기계약 지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문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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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SBS가 (계약 종료한 건) 우리 지도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실정법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이런 무책임한 이야기가 어디있나”라고 되물었다.
노동자성 인정이 되레 일자리 잃는 계기로…“노동부 선제 조치해야”
노동부가 근로감독으로 위장 프리랜서 불법고용을 적발하고도, 그 여파로 노동자들이 근무 기간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구제하는 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근로감독의 취지가 '회사에 종속돼 일함에도 불안정한 지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해 노동법이 준수되도록 한다'라는 。에 비추면, 강씨처럼 계속 근로를 보장받아야 할 사람에 대해 방송사가 단지 2년 미만이란 이유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 역시 노동법 위반과 부당해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갱신기대권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 방송사가 계약만료를 못하도록 근로감독 등 선제 조치할 의무까지 진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그런 。에서 노동부가 '2년 이상 근무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권고한 것은 오히려 잘못된 가이드”라며 “이는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등 노동법 법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2년 이상 근무가 예정됐던 이들에 대해 고용을 보장할 필요 없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SBS는 강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SBS는 지난 1월13일 내려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따른 시정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밝혔다. 취재에 따르면 SBS는 서울지노위에서 강씨가 VJ와 비교한 영상기자들은 본사 아닌 A&T 소속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VJ는 업무 책임과 대외적 출입권한, 업무의 수행 형태 등에서 영상기자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고용노동청 노동기준감독과 관계자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어 근로감독 과정에서 개별 노동자의 갱신기대권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2년만 근로계약을 하고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들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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