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돼 있던 '일반시국은' 유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형 특별전은 기획부터 세부 전시품 확정, 개막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은희 의원실 질의에 보낸 답변에 따르면, 전시품 선정 및 전시 절차는 ①기획 및 기초 조사·연구 → ②전시 개최 확정 → ③세부계획 수립(자문회의 개최 등 전시 내용과 전시품 검증) → ④전시 계획 실행 → ⑤전시 개막 순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은 전임 김재홍 관장 시절 기획된 전시다. 유홍준 관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기 전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 특별전도 10회에 걸친 전문가 콜로키움을 비롯해 고고·미술·민속·문화사·국어국문학 등 20명 이상의 분야별 내외부 자문을 거친 뒤 전시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박물관 수장인 유홍준 관장의 ‘셀프 출품’에 대해선 별다른 검증 없이 관장이 전시품을 추천한 지 11일 만에 인수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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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유홍준 관장의 소장품 2。을 출품하면서 작성한 인수증. 유 관장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이름 옆에 ‘대(代)’자를 적었다. /조은희 의원실
이 과정에서 박물관은 “전시품 각각에 대한 개별 검증은 없었다”고 했다. 국내 최고의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박물관계 인사는 “관장이 가져온 유물에 대해 불과 열흘 만에 출품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 충격적”이라며 “관장 말만 믿고 추가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은 직원들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홍준 관장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친일파의 글씨를 전시하고 애국 지사의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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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유 관장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본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뉴시스
유 관장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 유묵이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진 이후, “박물관 검증이 미흡했다”며 공식 사과했을 때도 이 유묵이 자신의 소장품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물관은 국회 질의에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준모 평론가는 “해당 조항은 외부 기증자나 대여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장치이지 내부 의사 결정권자인 관장이 자신의 신원을 가리는 데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다. 외부 인사 보호 조항을 이해상충의 은폐 수단으로 쓴 셈”이라며 “본인 작품을 셀프 추천해 전시한 것이야말로 바로 ICOM 윤리 강령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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