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팹 조성을 앞두고 TSMC 공장이 들어선 일본 구마모토현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사전에 수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TSMC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배출돼 하천과 농지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과불화화합물(PFAS)’의 농도를 팹 가동 전부터 조사·관리하는 체계를 만든 바 있다.
19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후부는 PFAS 3종(PFOS, PFOA, PFHxS)을 감시 대상으로 정해 관리 중이다. PFAS는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고르게 새기고, 세정·건조 과정에서 회로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2009년 스톡홀름 협약에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기후부가 관리 중인 PFAS도 국제 협약에 따른 것이다.
PFAS는 탄소 원자들이 사슬처럼 연결되고 여기에 불소가 결합한 구조를 가진다. 이 탄소 사슬이 길면 장쇄(長鎖), 짧으면 단쇄(短鎖)로 구분한다. 국제 규제가 생긴 건 ‘장쇄 PFAS’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단쇄 PFAS를 대체 물질로 공정에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규제가 없는 ‘단쇄 PFAS’도 일반적인 정수 처리 공정에서 제거가 어렵고, 농작물의 줄기와 잎·열매 등 식용 부위까지 옮겨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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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장쇄 PFAS는 상대적으로 식물의 뿌리에 머무는 반면 단쇄 PFAS는 잎채소와 과일 등 사람이 먹는 부위에 높은 농도로 축적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 서북사범대학과 남방과학기술대학 공동 연구에서도 장기간 공장 폐수 처리수로 관개한 농경지의 토양을 이용해 채소 20종을 재배한 결과 상추·시금치 등 잎채소에서 단쇄 PFAS인 PFB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하천과 농작물을 통한 PFAS 노출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구마모토현에선 TSMC 반도체 팹 가동 전부터 주변 하천의 PFAS 농도를 조사했다. 공장 가동 후엔 단쇄 PFAS인 PFBS와 PFBA 농도가 상승한 사실을 확인해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TSMC는 배출수에 해당 물질이 미량 포함된 사실을 인정했고, 이후 처리 공정을 개선해 농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버몬트주에서도 반도체 공장 방류수의 PFAS를 검사하고 있다. 해외에선 법적 배출허용기준이 없는 물질까지 조사해 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반도체 산업폐수에 포함된 단쇄 PFAS의 배출 실태와 주변 수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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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호남 반도체 팹을 조성하며 영산강 수계의 물을 나주 일대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계획이 있는 만큼, 산업폐수 방류 지。과 농업용수 취수 지。의 연결 관계를 따져보고 사전 오염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쇄 PFAS는 농작물의 식용 부위로 이동하기 쉽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천 수질 관리뿐 아니라 농업용수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마모토현처럼 공장 가동 전 하천의 PFAS 농도를 측정해야 가동 이후 농도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단 조성 이후에야 조사를 시작하면 검출된 오염물질이 기존에 존재하던 것인지, 반도체 공장 가동으로 증가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호남 반도체 팹도 착공 전부터 하천과 농업용수의 PFAS 농도를 조사해 기준선을 확보하고,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단쇄·초단쇄 PFAS의 배출 및 확산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 /김위상 의원실 제공
김위상 의원은 “산단 조성 이후 오염이 확인되면 원인 규명과 정화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배출 예상 물질을 파악하고 수질 측정·공개 및 사후 감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공장 가동 전후의 수질 변화를 비교할 수 있도록 조사 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배출수 처리 시설에 대한 대책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미량 포함된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