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 전시된 소장품 둔황 사경 '대지도론' 권12와 둔황 막고굴 장경동을 실제 크기로 연출한 설치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제가 부처의 도를 이뤄 모든 중생을 구원할 수 있다면, 마땅히 제 뜻대로 여의보주에서 온갖 보물이 나와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게 해 주소서." 인도 승려 용수가 지은 대승불교의 중요 논서 '대지도론'에 담긴, 보살이 세우는 서원(맹세와 기원) 구절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혼란을 딛고 일어난 통일 왕조 수나라는 민심을 붙잡고자, 대승불교의 중생 구제를 정치사상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때 신자들이 경전을 정성 들여 베껴 쓰는 사경 열풍이 일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서 특별 전시 중인 '대지도론' 권12는 593년(수 문제 13년) 신자 이사현이 발원해 여러 명이 필사한 사경본이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불교의 신앙적 수행과 전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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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묵은 중국 사경 두루마리가 머나먼 한반도의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간 사연도 흥미롭다. 이 유물은 원래 1900년 중국 둔황(돈황) 막고굴 17호 '장경동'에서 발견된 일명 '둔황 문서' 중 하나다. 1005년쯤 봉인됐다 약 900년 만에 다시 문이 열린 이 굴 안에는, 최소 350년쯤부터 쓰인 경전·서류·불교회화 6만여 。이 둘둘 말린 채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재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실크로드에서 600여 년 쌓여 온 불교와 동서문화 교류 기록이 담긴 타임머신이 발견된 셈이라, 당시부터 장경동 유물의 주목도가 높았다"면서 "11세기 이전 작성된 문서 실물이 거의 남아 있기 힘들다는 면에서도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지도론' 권12. 중국 수나라 때인 593년 작성된 사경으로, 둔황 막고굴 17호 일명 '장경동'에서 발견된 유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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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자연히 장경동 유물은 전 세계에 유출됐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와 일본의 탐험가들이 달려들었고, 당시 청 조정에서도 일부 가져왔지만 모두 보존하지 못해 중국 고미술 시장에서 유물이 수시로 나돌았다고 전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것은 창경궁에 있던 조선 왕실 박물관 이왕가박물관이 1913년 일본 골동품상으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해방 후 문화재관리국 산하 덕수궁미술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이번 특별전은 '대지도론' 권12를 비롯해 '능엄경' 권5, '대반야경' 권136, '불명경' 권7 등 국중박이 소장한 4。과 서울대 규장각 소장 '대반야경' 권50까지 장경동 유물 5。 실물을 한자리에 모은 첫 전시다. 역시 둔황 막고굴 일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 부조 3。과 장경동의 실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설치 전시물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4일까지이며, '대반야경' 권50은 다음 달 22일 이후 복제품으로 교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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