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AI 에이전틱 시스템 ‘인텔리전스센터X(ICX)’ 한국서 전격 공개
HD현대와 설계·생산·유지보수 잇는 디지털 조선소 구축…2030년 자율 운영 목표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6대 산업 공략…“내년 본격적인 산업 AI 프로젝트 시대 열릴 것”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인공지능(AI)이 제조업에 들어왔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수십 년 간 축적한 설계·생산·품질 데이터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AI가 이를 이해하더라도 실제 업무 실행까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멘스가 산업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서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내놓은 배경이다.
HD현대와 추진 중인 디지털 조선소 구축도 이러한 산업 AI 전환의 연장선에 있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공급망·유지보수까지 전 공정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조선소를 구현하고, 여기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지멘스는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에서 열린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커넥트(AEC) 2026’ 기자간담회에서 산업 AI 플랫폼 ‘인텔리전스 센터 X(ICX)’의 국내 비전을 공개했다. AI 모델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내부의 데이터를 업무 맥락에 맞게 연결해 AI가 실제 업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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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지멘스 기술총괄 부사장은 “AI 모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수십 년 간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데이터 간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AI가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그는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기업들이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시장 출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특정 영역에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AI, 로보틱스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 운영 체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ICX는 기업의 기존 데이터를 외부로 복사하거나 별도의 통합 저장소로 옮기지 않고, 데이터가 있는 시스템에서 필요한 정보를 연결해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전사적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품질관리시스템(QMS) 등 각기 다른 시스템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AI가 제조 현장의 자산과 공정, 이벤트 간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HD현대가 보여준 조선소의 변화…AI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
지멘스가 산업 AI의 적용 가능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제조업의 복잡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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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조선업은 선체·전장·배관·선실 등 수많은 부품과 공정이 얽혀 있어 설계 변경이나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공정과 공급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별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공정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HD현대와 지멘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7월 차세대 마린 플랫폼 구축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고, 이날 부산에 ‘글로벌마린센터’를 개소했다. 양사 전문인력 50명이 함께 선박 설계부터 생산, 공급망 관리, 품질관리, 유지보수까지 전 공정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가상 환경에서 생산 공정과 설비 운영을 사전에 검증하는 디지털 조선소 구현도 추진한다. HD현대는 2030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FOS) 구축을 목표로 선박 건조 기간을 30% 단축하고 생산성을 30%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HD현대와 구축 중인 차세대 마린 플랫폼과 이번에 공개한 ICX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전자가 조선소의 설계·생산 등 전 공정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협력 사업이라면, ICX는 기업의 여러 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AI 에이전트가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산업 AI 플랫폼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양 플랫폼의 직접적인 통합 적용 계획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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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X가 지향하는 방향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답변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제조 현장의 업무 맥락을 파악하고 정해진 권한과 절차 안에서 실행까지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공략…“내년 본격적인 AI 프로젝트 기대”
지멘스는 국내에서 반도체와 전기·전자, 배터리,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등 복잡한 제조 환경을 갖춘 산업을 중심으로 ICX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국내 제조기업들의 AI 도입 현황에 대해 “국내 주요 그룹들이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제조 AI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배터리와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 검증 성격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이면 본격적인 AI 프로젝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보안과 통제 문제도 중요해진다. 기업의 설계·생산 데이터에 접근하고 업무를 실행하는 만큼,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확인하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멘스는 ICX가 의사결정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모든 것은 추적 가능하다”며 “AI 에이전트의 의사결정을 세밀하게 볼 수 있고, 특정 의사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해당 부분을 짚어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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