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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2010년 창업한 거대 유통·물류 기업 쿠팡은 새벽배송 등으로 우리 삶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21년, 미국 증시에 상장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회원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지만, 지난 7일 쿠팡이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실제 납부 등과 관련된 결론은 1심 판결 이후에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의 외교·통상 문제로까지 번졌다. 미국 의회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쿠팡을 조사하고 제재한 것이 '미국 기업 차별'이라면서 한국 공무원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미국회사 쿠팡, 그리고 로비' 편을 방송했다. 쿠팡의 역사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쿠팡이 어떻게 로비로 미국 정가를 움직이는지와 함께 한국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짚었다.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9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신지혜 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의원 섭외를 먼저 시작했어요. 쿠팡이 얼마나 로비를 했는지는 이미 신고서에 공개돼 있어요. 미국은 분기마다 로비 내역을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거든요. 물론 신고된 내역이 전부는 아니지만, 쿠팡이 로비스트를 몇 명 썼고 얼마를 썼는지는 알 수 있어요. 제가 취재로 채워야 할 부분은 뭘까 생각했을 때, 쿠팡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에게 직접 왜 수많은 로비 기업 중 쿠팡에 대해서만 단기간에 이렇게 강력하게 옹호 발언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특히 로비만으로 그 정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나 하는 의구심도 있어서, 초기부터 어느 의원실에 연락할지 분류해 놓고 연락을 시작했습니다."
- 미국 의회 의원들 인터뷰하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 어땠나요?
"어려울 거라고는 예상했고 실제로 쉽지 않았어요. 다만 흔쾌히 인터뷰해주겠다는 의원실이 있었다는 건 예상 밖이었어요. 왜 쿠팡이 중요한지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약속을 잡아도 전날 다 취소됐어요. 한때는 쿠팡이 방해하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 하원이 예상보다 빨리 폐회하면서 표결과 회의가 몰려 의원들이 갑자기 바빠진 거였어요. 그래서 의회에 직접 찾아가기로 했고, 정당한 출입증만 있으면 회의실이나 의원실 앞에서 기다렸다 인터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현장에서 기다려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프로그램 초반에 쿠팡의 역사를 담은 이유
▲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프롤로그에 쿠팡의 역사를 담았는데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프롤로그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우선, 분노를 유발하거나 제 경험담으로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이 다큐를 여러 면에서 객관적으로 뜯어보자는 의미에서 다소 건조하게 가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쿠팡이 과거 한국 기업 정체성을 내세우다 급격하게 미국 기업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이 다큐의 중요한 장치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초기에 김범석 대표나 경영진이 회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시작했어요."
- 김범수 의장이 처음에는 한국 기업을 강조 많이 했나 봐요.
"맞아요. 본인이 한국계이고 사업 모델도 한국 맞춤형이라, 한국 시장을 '홈 마켓'이라며 시작했죠. (쿠팡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때 소프트뱅크 자금 때문에 불매 리스트에 오르자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라고 밝혔고, 2021년 미국 상장 때도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미국 국기, 쿠팡 깃발과 함께) 태극기를 걸었습니다. 기업 국적이 꼭 하나여야 하는 건 아니라서 미국 회사면서 한국 회사인 척했다고 지적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다만 초기에 한국 기업 정체성을 열심히 홍보했고, 그 덕에 한국 스타트업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역사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 쿠팡은 한국 기업 아닌가요?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애초 미국에 법인을 등록한 미국 회사예요. 한국에서 사업을 키우다가 상장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스스로가 미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미국에 적극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쿠팡은 한국 외에도 대만,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펼치는 다국적 기업이 되고 싶어 하는데, 미국 기업으로 알려지면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기가 수월하다 보니 미국 정치인들에게 '우리도 미국 기업'이라고 알리는 걸 최근까지 중요하게 여겨온 것 같아요."
-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잖아요. 금품을 받는 것도 허용되는 건가요?
"한국과 미국에서 말하는 로비의 의미나 뉘앙스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뇌물은 당연히 불법이고, 정치자금은 기부할 수 있지만 한도가 있고 다 신고해야 합니다. 우리는 로비라고 하면 뒤에서 돈 주고 몰래 청탁하는 걸 떠올리지만, 미국에서는 전부 공개된 활동이에요. 헌법상 정부에 청원할 권리가 보장돼 있고, 그 통로로 로비스트가 제도화된 직업이라 이익을 전달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패를 막기 위해, 로비스트가 언제 누구를 위해 어떤 사안으로 활동했는지, 받은 돈과 기부한 돈이 얼마인지를 분기별로 신고하게 돼 있어요. 그렇게 투명성을 확보하며 관리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로비 제도가 발전해 온 겁니다."
- 방송 보니 전관들이 활동하는 것 같거든요. 미국 사회는 이해 충돌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나요?
"문제의식이 분명 있어요. 다만 합법이니까 전직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뿐이에요. 비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임 중에 퇴직 후 일자리를 의식해서, 자신을 고용할 기업이나 로비 회사 고객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퇴직 후에도 공직에서 쌓은 인맥과 영향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다는 거죠. 미국에도 퇴직 후 일정 기간 로비 접촉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긴 한데, 회전문 인사가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과 그 활동에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는 건 별개예요. 저희가 만난 전문가는 그런 회전문 인사들이 다른 로비스트들보다 훨씬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기업 로비 못 막지만, 그로인해 한국 입장 왜곡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쿠팡이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때문이잖아요. 미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큰 문제가 안 되는 걸까요?
"아니에요, 큰 문제가 맞아요. 다만 미국 정치권은 쿠팡의 유출 규모를 아주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어요. 미국 정치권은 쿠팡 주장을 받아들여 '쿠팡이 그 정도로 유출을 안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조사는 거의 전달되지 않고 쿠팡 주장만 입력된 셈이에요. 그래서 개인정보 유출 자체는 미국에서 중대한 문제지만, 쿠팡의 유출은 큰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요. 처음엔 소수 의견인 줄 알았는데, 현지 취재 결과 예상보다 더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 로비 때문일 것 같지만 단지 로비 때문일까요? 다른 기업도 로비는 할 거니까요. 왜 쿠팡에 우호적일까란 의문이 들던데.
"그 질문이 정말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저희 다큐에서 말하고 싶었던 핵심 중 하나예요. 말씀하신 대로 정말 많은 회사가 로비하고, 쿠팡보다 돈을 많이 쓰는 회사도 많거든요. 다큐에서 허드슨 연구소 펠로우인 우정엽 박사님이 이런 얘기를 하세요. '돈을 많이 쓴 것도, 로비를 많이 한 것도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요. 저는 쿠팡이 미국 의원들이 정말 예민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에 자기네를 딱 결부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그게 뭘까요?
"쿠팡은 '우리가 미국 기술 기업인데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미국 정치권에 설명했어요. 미국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최고 수출 상품이라 정치권이 규제에 굉장히 예민한데, 쿠팡이 정확히 이 지。을 건드린 거예요. '저희도 미국 기술 기업인데 한국이 괴롭혀요'라고 하니 의원들이 쿠팡의 존재를 확 인식하게 됐죠. 정치자금이나 로비보다, 미국 기술 기업으로 각인시키고 차별 증거를 모아 제공한 게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한국이 중국 기업을 우대하며 우리를 차별한다'는 논리까지 더해지며 공화당 일부가 강하게 반응했고, 비공개로 만난 로비스트들도 쿠팡이 통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자국 기업을 옹호하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이번 다큐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 이주형 서울 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건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하던데.
"미국 빅테크 규제는 유럽연합이 앞장서 추진했고 우리 정부도 이를 본뜬 법을 일찌감치 추진했어요. 유럽은 자국산 포털이나 이커머스가 거의 없이 아마존·구글을 쓰지만, 한국은 네이버처럼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플랫폼이 있다 보니 트럼프 행정부로선 '자국 기업 지키려고 우리를 차별하는 거냐'며 더 강경하게 나올 요인이 있다는 게 교수님 설명이었어요. 다만 한국이 실제로 규제법을 만든 건 아니에요. 2021년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반발로 무산됐고, 다시 제출된 법안도 쿠팡 사태 이후 멈춰 있습니다. 미국과 정면 마찰 중인 유럽과 달리, 결과적으로 우리한테는 미국의 의도가 다소 관철된 셈이죠."
- 쿠팡을 감싸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취재해 보니 좀 부족하다는 결론이었어요. 노동 문제, 입。업체 갑질, 개인정보 보호 논란이 겹치며 범정부 TF가 전방위 조사를 시작하고 국회 청문회도 열렸는데, 이런 조치 자체는 적법하고 필요한 일이에요. 국제 분쟁에서도 조사 착수 자체를 차별로 보진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너무 정치적으로 시끄럽게 했다는 거예요. 조사 전부터 정부와 국회가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니 미국 정치권에 한국이 이미 유죄를 확정하고 조사한다는 인식을 줬고, 쿠팡이 이걸 잘 활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용하고 치밀하게 조사하는 게 불필요한 분쟁 빌미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쿠팡의 목표라는 걸 엔딩으로 보여줬는데 어떤 의도였을까요?
"저희 주제는 쿠팡에 한정되기보다, 쿠팡을 비롯한 많은 외국계 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이 쿠팡의 선택을 따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었어요. 미국을 움직여 우리 규제를 왜곡하거나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였고요. 특히 쿠팡 같은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 기업들이 어쩌면 우리 정부가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에서, 우리가 미리 잘 대비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장치 중 하나였습니다."
-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아서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위법행위는 합당하게 조사하되, 분쟁 소지가 없도록 그 과정을 합리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국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시스템도 갖춰야 해요. 대미 로비 시스템이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던 만큼, 워싱턴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를 지금부터 정비해야 합니다. 기업 로비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한국 입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글 | 이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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