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9일에 이어 오는 26일 방송되는 조선일보 경제부 유튜브 머니의 ‘머니 명강’은 양자역학 전문가인 고려대 물리학과 채은미 교수가 출연해 인공지능(AI)의 판도를 바꾸고 미래 금융 암호 체계와 투자 지형을 뒤바꿀 핵심 기술인 ‘양자(Quantum)’에 대해 설명했다.
고려대 물리학과 채은미 교수
◇에너지가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양자의 세계
양자(量子)는 헤아릴 ‘양(量)’에 덩어리나 기본 단위를 뜻하는 접미사 ‘자(子)’가 결합한 용어로, 에너지가 띄엄띄엄 존재하는 기본 단위이자 덩어리를 의미한다.
고전 물리학은 빛의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하지만,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에너지가 계단식으로 띄엄띄엄 늘어난다고 본다. 또한 사과의 위치와 속도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고전 역학과 달리, 양자역학에서는 관측이라는 행위가 들어가는 순간 물체의 상태가 무작위로 변한다. 채 교수는 “모든 물질이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라는 것이 양자 역학의 핵심”이라며 “출렁이는 파동은 특정 위치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뜻하며, 사진을 찍듯 측정하는 순간 무작위의 한 .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양자 역학의 원리는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광다이오드(LED)와 광통신(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이다. 열을 빛으로 바꾸는 기존 백열전구와 달리, LED는 물질 내부에 띄엄띄엄 존재하는 에너지 준위(계단)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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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교수는 “전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높여두면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떨어지며 빛을 내뿜어 고효율 변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통신 역시 신호 증폭에 양자 원리를 쓴다. 채 교수는 “에너지를 높여둔 물질에 약한 빛이 들어오면, 물질들이 그 빛에 유도돼 일제히 아래로 떨어지며 똑같은 빛을 추가로 뿜어낸다”며 “마치 ‘복사 후 붙여넣기’처럼 빛의 양이 증폭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정보기술의 근간이 되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이다.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비트는 0 아니면 1로 확정되지만,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0이면서 동시에 1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첩 성질을 띤다. 이는 회전하는 동전이 앞면과 뒷면 상태를 동시에 띠고 있다가, 바닥에 닿아 관측되는 순간 0이나 1로 결정되는 것과 같다. ‘얽힘’은 두 양자가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상태를 공유하는 현상이다. 지구에 있는 동전을 쳐서 앞면이 나오면, 수백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 있는 동전도 즉각 앞면으로 바뀐다.
◇ 최적화 문제 푸는 양자 컴퓨터, 투자에는 신중해야
양자 컴퓨터는 이 같은 중첩과 얽힘을 활용해 다수의 경우의 수를 동시에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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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교수는 “가령 1000개의 문제가 있을 때 기존 일반 컴퓨터 두뇌는 대학교수 1명이 순서대로 1000번을 푸는 격이고, 최신 인공지능 컴퓨터 수준은 초등학생 1000명이 문제를 잘게 쪼개서 여럿이 나눠 푸는 방식”이라며 “반면 양자 컴퓨터는 아인슈타인 수준의 천재 10명이 1000개의 문제를 한눈에 파악해 단 10번의 계산으로 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024년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자(10×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연산을 자신들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로 5분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병렬 연산 능력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는 ‘최적화 문제’에 특화돼 있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양자 컴퓨터 기술로 가장 먼저 수익을 낼 분야로 금융을 지목한 이유다. 채 교수는 “위험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복잡한 파생 상품 설계에 양자 컴퓨터를 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널리 쓰이는 소인수분해 기반(RSA) 암호 체계는 쉽게 뚫릴 수 있어, 전 세계 금융 기관과 기업들은 양자 기술에 기반한 암호 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양자 컴퓨터는 연산 중 필연적으로 미세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에러를 스스로 찾아 고치는 ‘양자 오류 정정’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양자 컴퓨터가 혁신적인 잠재력이 있음에도 관련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채 교수는 “현재 주가에 사람들의 기대감과 심리가 어디까지 선반영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권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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