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이징 한중 아마추어 친선 탁구대회'. 오른쪽부터 한국의 '탁구 여제' 현정화 마사회 감독,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 중국탁구의 전설 류궈정 전 선수, 한국외대 나민구 교수. 사진 민경중
2001년 日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준결승
동네에서 탁구 좀 친다 하시는 분들은 다들 역사적인 그날을 기억하실 겁니다.
2001년 4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준결승, 2대2 상황에서 한국팀 최후 대표로 나선 펜홀더의 달인 김택수(현 진천선수촌장)가 빠른 발과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던 순간! 하지만 벼랑 끝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중국의 류궈정(??正)이 연속 7。을 뒤집으며 김택수라는 '大馬(대마)'를 때려잡았던, 그야말로 세계 탁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명승부가 펼쳐졌었죠.
이 경기로 인해 류궈정은 중국 전역에서 '세이브드 세븐 매치 포인트(挽救7??点)의 영웅', '대심장(大心?)', 심지어 "결혼하려면 류궈정 같은 남자와 하라(嫁人就嫁??正)"는 전설적인 유행어까지 탄생시키며 중국 내 최고 영웅 반열에 올랐습니다. 극도의 압박감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클러치 플레이어(Clutch Player)'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중국 탁구 사의 운명을 바꾼 구세주로 각인되었던 것입니다.
아주 특별하고 가슴 벅찬 한중 교류의 장이 펼쳐진 현장
반면 당시 김택수에게는 뼈아픈 역전패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슬럼프와 아픔을 이겨내며 선수로서 끝까지 투혼을 불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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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에도 탁구를 떠나지 않고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해 후배들을 이끌며 중국 탁구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고, 지도자로서의 성공을 거머쥐었습니다. 체육 행정가로 변모한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에 오르며, 한국 스포츠의 체질 개선과 후배 양성을 진두지휘하는 눈부신 인생 2막을 써 내려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류궈정을 베이징 올림픽 공원 내 탁구장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10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함성이 여전히 숨 쉬는 그곳에서, 아주 특별하고 가슴 벅찬 한중 교류의 장이 펼쳐진 현장에서입니다. 바로 '2026 베이징 한중 아마추어 친선 탁구대회'인데요, 이번 대회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 남방항공이 공동 주관하고, 주중한국대사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주)코아스 등이 후원하여 민간 외교와 스포츠 교류의 진정한 의미를 더했습니다. 단순한 체육 행사를 넘어 스포츠가 가진 진정한 마법과 감동을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탁구는 중국의 '국구(?球·나라의 구기 종목)'이자 국가적 자존심과 민족적 긍지
현장에는 '탁구 여제'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까지 자리를 빛내며 그야말로 '탁구계의 어벤저스'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한민국 탁구의 영원한 레전드 현정화 감독은 1988 서울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 1991 치바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남북 단일팀 '코리아'), 1993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 등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의 주요 타이틀을 모두 석권, 그랜드슬램 달성 및 압도적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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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선수 시절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국제탁구연맹 ITT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영화 '코리아'의 실제 주인공으로 1991년 제4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당시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감동적인 실화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이날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교수로 변모한 류궈정은 현정화 감독을 통해 즉석에서 영상통화로 오랜 라이벌이자 동료인 김택수 촌장을 향해 "은퇴한 지 오래지만, 다시 한번 코트에서 붙어보자!"며 유쾌한 리턴 매치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핑퐁으로 이어진 한중 민간 외교의 현장이 오래도록 기억될 듯
김택수 촌장은 현정화 선수에게 동료선수였던 친구 김석만을 소개해 결혼까지 성공시킨 오작교의 주인공입니다. 한·중 탁구 선수들은 비록 승부에서는 치열했지만 인생에서는 여전히 친구로 우정을 맺고 있는 듯합니다.
중국인들에게 탁구는 단순히 인기 있는 구기 종목 그 이상입니다. 탁구는 중국의 '국구(?球·나라의 구기 종목)'이자 국가적 자존심과 민족적 긍지를 상징하는 스포츠입니다. 과거 마오쩌둥 정권 시절 미국과의 냉전 구도를 깨고 수교의 물꼬를 텄던 '핑퐁 외교'의 주역으로서 외교적 무기이자 위상 과 도구였기에, 중국인들에게 탁구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가 아주 깊습니다. 또한 방대한 저변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세계 탁구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오랫동안 '만리장성'으로 불리며 절대적인 독주 체제를 구축해 왔습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의 금메달 대부분을 휩쓸어 왔으며, "세계선수권 우승보다 중국 대표팀 내부 선발전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국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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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국제무대에서는 이러한 위상에 미세한 균열과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직전 열린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탁구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며 무려 32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노재헌 대사 “한중우호탁구대회가 계속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
자존심이 구겨진 이변이었으나, 이를 두고 중국 현지 언론과 팬들은 과도한 비난보다는 타 국가들의 거센 추격과 평준화를 인정하며 전력 재정비의 계기로 삼는 성숙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노재헌 주중한국대사를 비롯한 외교가 인사들과 서울대 박정구 교수, 한국외대 나민구 교수, 정진강 숭실대교수, 임동훈 이화여대 교수, 한국외대 김원명교수, 변지원 방송대 교수 등 학자, 숭즈민 다롄 태양선윤활유유한공사 회장등 기업인, 양국 동호회 60여 명이 작은 공 하나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노재헌 대사는 환영사에서 “이번에 첫번째로 열린 한중우호탁구대회는 탁구를 사랑하는 중국인들에게 민간 우호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행사이며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주중한국대사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 노 대사는 현정화 감독과 복식으로 류궈정 선수와 시타 행사를 가졌고, 한중 참석자들을 위해 대사관에서 만찬을 베풀어 행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한·중 탁구대회 승부는 누가 이겼냐구요? 역시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젊은 용병을 데려온 중국이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중국인들이 얼마나 탁구에 진심인지 또 민간 친선이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한·중 레전드들의 세월을 뛰어넘은 인연, 그리고 핑퐁으로 이어진 한중 민간 외교의 현장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민경중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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