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핑크런 달리기, 산골농부 할아버지가 도시 어린이 손주와 달리기.
ⓒ 이완우
지난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옆 평화공원에서 '2026 핑크런' 행사가 열렸다. 70대의 산골농부 할아버지인 기자가 도시 어린이인 초등학교 3학년 손주의 손을 잡고 이날 5km 달리기 행사에 참여하였다. 난지도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메타세콰이아길이 달리기의 주된 코스였다.
화창한 가을 아침,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은 분홍빛 물결로 넘실댔다. 활기찬 음악과 함께 '2026 핑크런' 사전 행사가 평화 광장의 무대에서 열리고 있었다. 평화광장은 대형 현수막과 함께 여성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핑크 리본 캠페인의 상징으로 가득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준비체조를 했다.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의 화폭 <금성평사(錦城平沙)>의 풍경에 담겼던 난지도는 은빛 모래벌판과 맑은 물결이 어우러진 모래섬이었다. 한강 건너 선유봉의 신선들이 건너와 쉬어가던 향기로운 꽃섬이라는 전설이 있다.
1970년대 초반의 난지도는 한강의 아름다운 모래섬이었다. 산골 농부는 1970년대 초반에 서울 용산역 인근의 철도고등학교에 다녔다. 3학년 실습 시기(1973년 12월)에 서울지하철 최초의 공사 현장 서울역에서 남대문역까지 건설 중인 캄캄한 지하철 선로를 걸어보기도 하였다. 논두렁 길에 익숙한 산골 소년에게 제1한강교(인도교)의 노들섬과 마포의 난지도는 개발에 바쁜 서울 도심에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 풍경이었다.
▲ ?평화공원 핑크런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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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공원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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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감싸 안은 상암벌에 달리기 출발을 알리는 환호성이 울렸다. '유방암 자가검진, 한 달에 한 번 소중한 약속'이라는 분홍빛 아치 아래, 참가자들은 출발선을 천천히 밟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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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거대한 달리기 물결이 공원의 초록빛 산책로에 넘쳤다. 길가의 나무들은 어느덧 가을빛이 물들어 가고,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아픔을 딛고 일어난 평화의 대지 위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렸다.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에게 '워크 브레이크' 러닝 주법을 알려주었다. "혜균아, 펀 런! 즐겁게 뛰는 거야."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던 할아버지는 어린 손주의 손을 가볍게 잡고 '300m 뛰고, 100m 걷고'를 거듭하였다.
난지도는 산업화의 파도 속에서 운명이 급변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 전역의 쓰레기를 감당하는 거대한 매립지로 지정되었다. 아름답던 모래섬은 '쓰레기산'이라는 아픈 상처를 안게 되었다.
▲ ?평화공원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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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육교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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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초록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달리미들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면서 달렸다. 멀리서 하늘공원으로 이어지는 월드컵공원육교가 다가왔다. 육교 뒤의 숲속에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지그재그 나무 데크길이 선명하게 보였다.
서울시는 난지도에 안정화 사업을 거쳐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그리고 평화공원의 난지연못을 조성했다. 과거 난지도를 휘감아 돌며 생태계의 젖줄 역할을 하던 '난지샛강'의 원형은 사라졌지만, 그 역사적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 작업을 시작하였다.
평화공원 중심부에 자리한 난지연못은 인공호수다. 월드컵공원 일대의 생태적 복원과 친수 공간 조성을 위해 한강 물을 끌어와 채워 넣었다. 이곳의 물은 하늘공원 아래쪽의 난지천공원과 난지천 쪽으로 하루 수천 톤씩 흘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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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물을 끌어올려 연못을 만들고 하천으로 흘려보냄으로써 과거 난지도 샛강이 품었던 생태적 가치와 순환 고리를 인공적으로나마 훌륭하게 재현하였다.
▲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아길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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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공원 메타세콰이어실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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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잇는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번 핑크런 대회의 중심 구간이었다.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가을 향기 아래로 참가자들의 활기찬 발걸음이 이어졌다. 달리미들의 검은색 유니폼 등 뒤로 선명하게 새겨진 핑크빛 글씨와 로고가 환하게 빛났다.
할아버지와 함께 달리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이제 힘든 표정이 나타나며 고개를 숙이고 달렸다. "혜균아, 고개를 들어. 상체가 무너지면 안 돼." 할아버지는 손주를 격려하고 "하나 둘, 하나 둘" 조용히 구령을 붙이며 힘을 실어주었다.
쓰레기산이라는 아픔을 딛고 일어난 난지도에 맹꽁이가 돌아오고 야생화가 피어났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드넓은 억새밭과 초록빛 초원에서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증명해 보였다. 아픈 역사를 회복과 치유의 숲으로 품어낸 난지도처럼, 우리의 삶과 사회 역시 상처를 딛고 더 성숙한 가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곳 생태 공원은 일깨워주고 있다.
▲ ?노을공원 핑크런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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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공원 메타세콰이아길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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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노을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마침내 5km 코스의 반환.에 다다랐다. 반환。을 돌아서니 급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쁜 숨을 잠시 멈추고 땀을 닦으며 천천히 물 한 모금을 마셨다. "혜균아, 시작이 반이고 절반을 돌았으니 달리기는 거의 성공이다. 이제 천천히 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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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트인 한강의 풍경과 함께, '월드컵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을 알리는 대형 조형물이 반겨주고 있었다.
핑크빛 함성과 함께 달리는 '2026 핑크런' 행사는 우리 사회의 연대와 치유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참가자들의 모습 위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왔고, 상암의 대지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희망의 광장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아길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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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육교 핑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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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의 가벼운 발걸음은 다시 월드컵 육교를 마주하였다. 육교의 풍경은 출발선을 지나고 긴 호흡의 길을 열어주었는데, 이제는 눈앞에 다가온 종착。을 예고하며 생기를 채워줬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이어지는 흙길을 달리며,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과거 이 땅이 품었던 이야기와 자연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주었다. 산골농부는 십대 청소년 시절의 한강 풍경을 주마등처럼 회상하며, 50여 년의 시공간을 달리듯이 강바람을 마음껏 호흡하였다. 회복된 자연 속에서 다음 세대와 함께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확인하고 싶었다.
▲ ?평화공원 핑크런 결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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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공원 핑크런 완주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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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 하늘 아래 핑크빛 에어 아치가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짧지 않은 5km의 여정을 당당히 완주하였다. "와, 해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어린이의 얼굴은 땀이 범벅이었다. 결승선이 기다리는 평화공원 광장에는 반가운 부모의 미소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이 분홍색 현수막이 휘날리는 '완주 메달 및 간식 배부처'로 향하였다. 어린이의 첫 번째의 완주 메달은 이날의 값진 보상이면서, 앞으로 수많은 완주 메달의 예고이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풍경은 구름 한 。 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펼치고 있었다.
▲ ?2026 핑크런 종료, 상암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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