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다른 까다로운 신장 이식
수술 1년 만에 일터 복귀
"평범한 하루가 소중한 선물"
동갑내기 아내는 젊은 시절부터 제게 아낌없이 베풀어줬는데 이제는 자신의 신장까지 나눠줬다.
강세동(63)씨에게 아내는 대학 시절부터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와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업을 이어가던 때였다. 은행에 다니던 아내는 수업을 마친 그에게 따뜻한 저녁과 술 한잔을 사주곤 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는 학비도 보태줬다. 오랜 세월 곁을 지킨 아내는 지난해 남편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내어줬다.
서울성모병원은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받은 강씨가 수술 1주년을 맞아 가족과 의료진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16일 수술을 받은 그는 건강을 회복해 일터로 돌아갔다.
강씨가 신장 이상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건강검진에서였다. 평소 건강하게 생활했지만 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왔다. 인근 병원을 찾았다가 원인 불명의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해 3월부터 투석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투석 소식에 해외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귀국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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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씨는 아내가 걱정할까 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준비했다. 그러나 아들이 이식 전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게 됐다. 이번에는 아내가 나섰다. 자신이 기증하겠다며 아들을 만류했고, 결국 남편에게 신장을 주기로 했다.
부부의 혈액형은 달랐다. 혈액형이 일치할 때보다 이식 준비와 치료가 까다로운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필요했다. 강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가족의 보살핌 속에 회복했다.
그렇다고 지난 1년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강씨는 편지에 "몸이 힘들었던 날도 있었고, 작은 변화에도 걱정하며 마음 졸였던 순간들도 있었다"고 적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새삼 알게 된 것은 평범한 하루의 가치였다.
지난 20일 외래 진료에서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주치의인 신장내과 윤혜은 교수는 "수술 후 신장 기능 수치가 모두 호전돼 복용하던 약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가족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아들과 아내가 서로 기증하겠다고 나설 만큼 든든한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환자분의 빠른 회복에도 큰 힘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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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술은 혈액형이 달라도 가족 간 신장이식이 가능해진 의료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이식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환자들도 이분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신장이식 역사는 1969년 3월 25일 명동성모병원에서 시행한 국내 첫 신장이식에서 출발한다. 이후 강남성모병원을 거쳐 현재의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어졌다. 2009년 5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에 처음 성공한 뒤 올해 2월에는 500례를 기록했다. 이식받을 장기에 대한 면역 반응 위험이 높은 환자를 위한 탈감작 치료 등 고난도 이식 경험도 쌓아왔다.
강씨는 아내에게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고맙다"고 했다. 수술과 치료를 맡은 박순철·윤혜은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곁에서 걱정하고 응원해 준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16일, 수술을 받은 지 꼭 1년 되는 날 쓴 편지에는 앞으로의 다짐도 담겼다.
"이제는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을 이어가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