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를 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알래스카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동명이인 출마’에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미 제기한 민사소송과 별도로 진행해온 형사 수사를 확대했고,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도 조사에 나섰다. 알래스카 주정부도 민·형사상 주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동명이인 후보 영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대배심 소환장과 기록보존 요구서를 발송했다. 대배심 소환장은 증언이나 문서 제출을 강제하는 절차이며, 기록보존 요구서는 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하거나 폐기하지 말라는 요구다.
법무부의 조치는 전날 뉴욕타임스(NYT)가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에 현역 댄 S 설리번 공화당 후보와 이름이 같은 댄 J 설리번 후보가 출마하게 된 건 민주당이 체계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보도한 직후 이뤄졌다. NYT는 민주당의 메리 펠톨라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전직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민주당이 계획적으로 동명이인을 찾아낸 결과 댄 J 설리번이 출마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 7월 동명이인 후보의 출마 과정에 통신사기나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공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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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도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는데, NYT 보도를 계기로 수사를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발부한 소환장의 구체적인 수령자와 적용을 검토 중인 혐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펠톨라 본인이 소환됐는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는 통상 선거 전 60일 동안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공개 수사 조치는 자제하는 게 그간 법무부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투표용지에 후보를 추가해 표를 분산시키는 건 미 정치권이 흔히 사용하는 전략이며, 대체로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지난 22일 동명이인 후보로 인한 혼동으로 공화당 설리번 후보가 패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유권자들이 어느 설리번에게 투표하려 했는지 조사할 때까지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법무부뿐만이 아니다. 하원 감독위원회의 제임스 코머(공화당, 켄터키) 위원장은 이날 관련 의혹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펠톨라 캠프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엘리사 리오스와 NYT가 후보 영입에 관여한 민주당 활동가로 지목한 제리드 커츠에 대한 녹취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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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머는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수단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도 주정부 차원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6월 후보자 자격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NYT 보도를 계기로 펠톨라 캠프가 알래스카주의 형사법을 위반했거나 민사상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YT 보도 뒤 기자들과 만나 이를 “유권자 사기(voter fraud)”로 규정하며 “가짜 댄 설리번과 메리 펠톨라는 첫째 투표용지에서 제외돼야 하고, 둘째 기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소셜 미디어에도 펠톨라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법적·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알래스카는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가를 수 있는 승부처 가운데 한 곳이다. 공화당이 NYT 보도로 ‘건수’라도 잡은 듯 달려드는 배경이다. 트럼프는 이전부터 민주당이 속임수를 써서 무소속 댄 J 설리번을 출마시킨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페이크 뉴스’라고 비난해온 NYT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혹을 보도한 것이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펠톨라가 선거사기를 저질렀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며 “그는 알래스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도록 명백히 설계된 가짜 후보를 투표용지에 올리는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 척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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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알래스카 유권자들로부터 상원의원 한 석을 훔치려는 것이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펠톨라를 기소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범죄인지와 별개로 중대한 도덕적 잘못을 저질렀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경합주에서 제기된 의혹에 미 정가는 파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NYT 보도가 나오기 전인 27일까지 알래스카에서는 이미 6만1000명 이상이 투표를 마쳤다. 선거 막판 폭로와 잇따른 수사 발표가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판단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조기투표자들의 선택에는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선거에서 펠톨라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측이 NYT가 제기한 의혹과 진행 중인 조사 등을 이유로 선거 결과 인증 저지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 상원 선거 결과 다수당의 향방이 알래스카 한 석에 달리게 된다면, 알래스카의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지는 건 지도부 구성과 상임위원회 배분 등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의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는 이날 펠톨라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상원의원으로 취임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그가 출마하는 것조차 허용될 수 있다는 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펠톨라 승리 시 당선 인증과 의원 자격을 둘러싼 분쟁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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