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도 지원자의 역량을 가려내기 위해 채용 절차를 개편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방문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 대기업 채용 면접장.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궁금한 。을 질문하라고 하자 한 지원자가 ‘요즘 면접관님의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면접관은 이날 오전 면접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다섯 차례 받았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준 질문이냐고 되물었다. 다른 대기업 면접에서는 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가 가장 ‘AI 느낌이 덜 난다’는 이유로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취업 컨설턴트 윤승규씨가 19일 전한 수강생들의 사례다. 과거에는 통찰력 있는 자기소개서와 유창한 면접 답변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AI가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AI가 그럴듯한 모범 답안을 손쉽게 만들어내면서 기업들은 지원자 본연의 역량을 가려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황금성검증
면접관들은 AI로 준비한 답변을 걸러내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는 1분 자기소개를 마친 지원자에게 고교 시절 이야기만으로 다시 자신을 소개하라고 요구했다. 부모의 관。에서 자신을 소개하거나 최근 본 영화를 2분간 추천해 보라는 질문도 등장했다. 올해 상반기 취업을 준비한 권모(27)씨도 한 기업 면접에서 ‘요즘 지원자들이 질문을 워낙 잘 준비해 와서 오늘은 변칙적으로 질문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최근 읽은 책과 여행한 나라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AI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대한 의심이 팽배해지자 취업준비생들도 ‘AI 티’를 지우려 애쓰고 있다. 권씨는 AI의 도움 없이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만 AI로 문장을 다듬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AI에 작성 과정 대부분을 맡긴 자기소개서보다 직접 작성해 대학 취업지원센터에서 첨삭받은 자기소개서의 서류 합격률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손오공게임장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는 이모(26)씨는 자신의 경험을 챗GPT에 입력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AI 티 나게 하지 마’ ‘내 말투와 비슷하게 해줘’라고 지시한다.
면접 준비에도 AI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이씨는 챗GPT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을 활용해 모의 면접을 진행한다. 예상 질문과 꼬리 질문은 물론 답변에 대한 。수와 피드백까지 받는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청년 재직자 3093명을 조사한 결과 42.3%가 취업 준비 당시 AI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AI 활용 경험자 중 77.2%는 자기소개서·이력서 작성에, 36.4%는 면접 준비에 이용했다.
기존 채용 방식의 변별력이 떨어지자 기업들도 채용 절차를 개편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20~30분 면접 대신 반나절 동안 과제 수행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질문에 영상으로 답하는 인터뷰를 도입했다. 면접에서는 AI와 함께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AI 협업 면접’도 실시한다.
윤씨는 “AI의 조언을 참고하되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실제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층 인터뷰를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