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늘의 '떨어지는 꿈'(2025). 아트선재센터
몽유병에 걸린 듯한 조각이 천장 레일에 매달린 채 전시장을 가로지른다. 바닥에 누워 있는 다리 모양의 조각은 모터가 작동할 때마다 이따금 발을 구른다. 근육이 경련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몸들이 새하얀 전시장 곳곳에 펼쳐져 있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조각가 최하늘의 개인전 '최하늘: 이갈이'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전시의 국문 제목을 '이갈이', 영문 제목을 '슬립워킹(Sleepwalking·몽유병)'으로 지었다. 잠결에 걷거나 이를 가는 것처럼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는 몸의 움직임을 신작 조각 12。에 풀어냈다. 작가가 모터를 달거나 레일을 설치해 실제로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하늘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신의 몽유병 경험이다. 그는 "몽유병을 평생 앓고 있다. 자다가 나와 의식하지 못한 채 음식을 많이 먹는다"며 "병원에서 치료받으려고 했지만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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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몽유병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뒤 마음이 편해졌다"며 "정신이 깨어 있는 때는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만, 잠든 틈을 타서 몸이 움직이는 상태가 흥미로워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심은 '죽는 중' 연작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천장 레일을 따라 20m 길이의 전시장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조각은 몽유병 환자를 연상시킨다. 이 조각은 움직이는 동안 길게 늘어진 선과 반투명한 막, 느슨한 관절이 제각각 흔들린다.
술에 취한 사람을 형상화한 또 다른 '죽는 중' 조각은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사람의 두 다리 모양을 본뜬 조각은 모터의 힘으로 이따금 발을 구르며 잠들기 직전 찾아오는 근육의 경련을 표현한다. 의식이 몸을 온전히 통제한다고 믿지만, 몸은 때로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는 중'이라는 작품명은 작가가 본 한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 사람의 이미지를 봤는데, 몸의 모든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며 "잠이 들거나 술에 취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죽음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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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긴장을 풀고 스스로를 지탱하던 힘을 내려놓는 순간을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한 셈이다.
공중에 매달린 '떨어지는 꿈' 연작은 신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보여준다. 검은 원형 단면은 해부학적 절단면을 떠올리게 하고, 그 주변으로 흩어진 파편들은 한 몸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포착한 듯하다. 조각들은 완전히 흩어지지도, 온전한 형태로 합쳐지지도 않은 채 공중에 머문다. 몸을 이루던 부분들이 서로 어긋나고 떨어져 나가면서 신체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드러낸다.
'학대' 연작은 피부 안에 감춰진 몸속을 상상해 만든 작업이다. '학대의 풍경'은 신체의 덩어리와 구조물을 가로로 길게 펼쳐놓았다. 실제 해부도와 다르게 뼈와 혈관을 닮은 형상들이 산맥과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다. 몸속 기관을 상상해 만든 조각이 기이한 자연 풍경처럼 펼쳐진다.
최하늘의 작품들은 몸이 의식의 통제에 따라 움직인다는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움직이는 소유물처럼 여겨온 몸이 때로는 의지와 무관하게 반응하고, 해체되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몸을 낯선 시선으로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오는 1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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